점심 먹고 한숨 돌린 후에 미리 봐두었던 카페로 고
이때까지만 해도 비가 아직 제법 오고 있었다

빗속을 달리는 노면전차
노면전차를 볼 때마다 왠지 텐션이 올랐다
열심히... 열심히 오르막을 걸어 카페로 향했다
몰랐는데 카페가 완전 하코다테산 기슭에 있어서 길이 완만한 오르막으로 되어 있었다
이러다가 산 오르는 거 아냐? 싶을 때쯤 카페가 보임
이렇게까지 산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기도 아깝고... 어떻게든 비가 그치길 기다려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cafe dici
https://maps.app.goo.gl/pKjgK9j3YTvneX3o6
Café D'ici · Hakodate, Hokkaido
www.google.com


디저트메뉴판이 귀여워서 찍어봄
음료는 아이스커피, 디저트는 살구 타르트와 커피젤리를 시켰다
요즘 사이키쿠스오를 봐서 커피젤리 바이럴을 당해갖고 먹고싶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소원성취했어
이거는 시럽이랑 밀크 담긴 용기가 귀여워서 찍은 사진
일본은 꼭 커피를 시키면 이렇게 시럽과 밀크를 주는 게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이것도 드립커피를 주로 마시기 때문인 걸까?
언젠가 여름에 출장온 일본인이 꼭 따뜻한 커피를 마시길래 왜냐고 물어봤더니
얼음이 녹아서 묽어지는 게 싫어서.라고 답하기에 충격 받았던 기억이 있다
커피는... 얼음이 녹아서 묽어지면 그때부터는 보리차로 치고 마시면 되는 게 아니었던 건가.
근데 확실히 시럽이나 밀크를 넣는다면 진한 커피가 맛있긴 해
일본 작품에서 당신... 언제나처럼 설탕은 3개 넣었어. 같은 클리셰가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쨌든 원래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일본에 오면 커피에 저 시럽이랑 밀크 넣는 재미가 있어서 자꾸 넣게 된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하코다테 산이 보인다
앉아 있자니 점점 비가 그치고 해가 나는 게 보여서
결심을함
그럼 갈까...
산에.

와... 산이다.
원래는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게 정석이라고 하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나는 예전에 아차산도 중도포기한 적이 있는 저질체력이지만...
그래도 요즘 러닝을 꾸준히 하고 있으니 쉬엄쉬엄 가다 보면 해 지기 전에는 도착하겠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함

등산 맵은 이렇다
우리는 정상이 목표였기 때문에 F코스를 따라감
길이 구불구불한 만큼 경사는 대체로 완만한 편
사실 경사가 문제가 아니라 모기가 계속 쫓아오는 게 힘들었다
우리 빼고 아무도 등산을 안해서... 모처럼의 식사 기회를 놓칠 수 없었는지 정말 끈질기게 따라오는 탓에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야만 했다
하지만 우양산도 안 챙겼던 주제에 모기기피제는 가져온 덕에 다행히 위협만 당하고 물리진 않았음

중간중간 이렇게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는 체크포인트 같은 게 있다
다른 등산객도 없다 보니 알아서 길을 찾아가야 했는데
초반에 이 길이 맞나? 싶은 구간이 있긴 했지만 일단 코스에 진입하면 알기 쉬운 외길이라 쭉쭉 가면 됨
시작부터 정상까지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슬슬 산 정상의 전망대가 가까이 보이고 바다도 보이기 시작하니 텐션이 올랐다
산 위에서 지척에 바다를 볼 수 있다니 호화로운 경험이야
이쯤 오니 바람도 세게 불어와서 땀을 식혀주니 정말 행복했는데
이때는 알지 못했다 이 바람이 두렵게 느껴지는 때가 오리라고는......
그리고 정상에 도착
우선 전망대 기념품 샵에 들르기로 했다
야경을 명당 1열에서 보려면 꽤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기념품샵만 호록 보고 자리를 맡으러 가기로 함

홋카이도 한정 알로라식스테일 박스라니 너무 악랄해
기념품샵 구경이 끝나면 바로 전망대로 고
이 날 일몰이 6시였고 우리가 간 게 5시였는데 이미 난간이 만석 직전이었다
겨우겨우 낑겨들어 야경을 기다리기 시작함
낮의 풍경도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가
너
무
추워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아직 해가 있는데도 이렇게 춥다니... 일몰 후를 두려워하며 오들오들 떨었다
슬슬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비온 뒤의 하늘이라 구름이 많았지만 그만큼 색이 다채로워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근데
너
무
추웠음...
우리 뒤에 있던 커플이 계속 긴팔을 챙겨와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더욱 슬퍼졌다
나도... 나도 산 오르면 추울 걸 예상하고 긴팔 바람막이를 챙겨왔는데
호텔에 두고 왔던 것이다...
기껏 가져온 우양산도 우비도 바람막이도 호텔에 두고 오고 정말 보부상 최악의 악몽 같은 날이었다......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조금씩 여기저기 불이 들어온다
이런 순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음
하코다테의 야경이 100만불의 야경이라고 한다는데 이 때가 한 30만불은 됐을 거 같다
조금 더 어두워짐
아마 일몰 직후였을 거 같다
일몰 직후엔 아직 그렇게 어둡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너무 춥기도 하고 더 버티자니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30분만 더 버티고 가기로 했다
옆에 온 관광객이 일몰 후 30분이 황금 시간대라고 하는 말을 주워 듣고 한 결정이었음
이쯤 되니 사람이 정말 많아서 머리만 묶으려 해도 뒷사람과 팔이 부딪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난간 바로 앞이라서 잘 느껴지진 않았지만 뒤에서 끊임없이 인파관리를 하더라고...
이렇게 전망대가 사람으로 미어터지는데도 올라오는 케이블카마다 사람이 꽉꽉 차 있어서 두려울 지경이었음
크큭 해 다 지고 이제 케이블카 타면 뭐하냐 우리는 한시간 산 타고 올라와서 한시간 넘게 난간에서 벌벌 떨며 기다리고 있다고.당신들 설 자리는 없어.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추위를 견뎠다......
(해 다 지고 케이블카 탄 사람들이 현명한 것 같다)
일몰 후 30분이 지나니 정말 구글에서 본 그 야경이 되었다
그러니까 헤이지가 이 야경을 보며 카즈하한테 고백을 했단 거지
사람이 이렇게 많고 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진짜 사랑하나보다... 헤이지가 긴팔을 입어서 가능했다고 본다
이제 100만불 도달한 거 같으니 내려가야겠다고 난간에서 물러나니까
뒤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가 있던 자리로 들어오려고 우당탕탕하는 광경이 너무 무서웠다
야경이 뭐라고... (라고 한시간 등산하고 한시간반 대기탄 사람이 말했다)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가니 줄을 꽤 서 있긴 했지만 케이블카 정원이 큰 덕에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근데 케이블카를 정말 꽉꽉 채워 태워서... 바깥 구경할 여유도 없고 사람 냄새 견디느라 바빴다
하지만 아마 모기기피제와 선크림을 온몸에 덕지덕지 바르고 산을 올랐던 내 냄새가 가장.........
추위에 계속 떨어서 이대로 있다간 내일 몸살나겠다 싶어 국물을 탐하기로 함
라멘 먹으러 고
아지사이 라멘
https://maps.app.goo.gl/UzaJZDovLCP1dqfJA
아지사이 라멘 · 12-7 Toyokawacho, Hakodate, Hokkaido 040-0065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m
하코다테 하면 시오라멘이라고 하기에 시오라멘을 먹었다
무난한... 맛이었음 사실 맛보다 몸을 덥히기 위한 비상약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 역할은 충분히 해주었다
그리고 마무리는 호텔 근처의 이자카야
원래 가려던 이자카야가 만석이었던 탓에 대충 눈에 띄는 곳으로 들어감
그래서 주소가 여기가 맞는지 사실 자신이 없다... 맞겠지
이카타로
https://maps.app.goo.gl/dZeFDwR5iHbNLdbZ6
Yūshun Ikatarou · 일본 〒040-0063 Hokkaido, Hakodate, Wakamatsucho, 18−23 居酒屋勇旬いか太郎
★★★★☆ · 이자카야
www.google.com


그냥 무난한 일본 이자카야 느낌
맥주가 맛있었어서 뭘 먹어도 그냥 다 맛있게 느껴졌다

메뉴에 酒盗(술도둑)이란 게 있어서 대체 뭘까 궁금해하며 시켜보았는데
참치 내장으로 만든 젓갈이라고 한다
식감이나 냄새는 먹을만했으나 너무 짜서... 이건 술도둑이라기보다는 밥도둑 아닌가? 싶었다
아무래도 도둑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이 다른가 봄
그렇게 술로 마무리한 후 2일차 일정도 종료
호텔 들어와서 씻는데...... 욕실이 정말정말 좁아서 변기에 앉으면 문에 무릎이 닿고 세면대가 욕조를 침범하고 있어서 욕조에서 샤워하다 보면 자꾸 세면대에 부딪침
물론 방도 침대로 꽉 차서 짐 놓을 곳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좁았다...
그만큼 쌌으니 가격 생각하면 합리적이고, 일본 여행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니 좁은 호텔에도 익숙하지만
이제 20대도 아니고 어련히 돈 벌어서 여행 다니는 건데 호텔을 무조건 가격과 최소한의 청결도만 보고 예약하는 짓은 그만두어도 될 거 같단 생각을 했다
최소한 대욕탕이 있는 곳으로 가자......